* The flight to Tokyo Disney Resort!
2008년 늦봄, 날씨는 흐렸지만 마음은 마냥 설레었다.
그야말로 ‘꿈과 환상의 디즈니’의 모든 것이 가득한 ‘도쿄디즈니리조트’로의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커플들의 소굴’이라든가 ‘무서운 놀이기구들의 집약지’라며 놀이공원을 그리 가까이 하지 않았던 나였음에도 역시 ‘디즈니’의 아름다운 판타지에는 들뜬 가슴을 진정시키기 힘들었다.
처음으로 와본 김포공항에서 JL8832편을 타고 약 2시간여가 걸려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역시 이 가까운 거리와 JAL 특유의 친절한 미소는 일본행을 항상 부담 없고 즐겁게 만든다. 게다가 리조트와 바로 이어지는 직행버스 시스템 덕분에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신속하게 도쿄디즈니리조트로 향할 수 있었다. 일본에는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창밖을 바라보는 내 기분을 달콤 싱그럽게 만들어버렸으니...갖가지 어트랙션과 캐릭터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오며 드디어 디즈니리조트 입성!
내가 짐을 푼 곳은 ‘쉐라톤 그랑데 도쿄베이 호텔’이었는데 도쿄디즈니리조트 오피셜 호텔답게 커텐을 열어젖히자마자 한 쪽에는 시원하게 펼쳐진 도쿄만이, 한 쪽에는 도쿄디즈니씨의 한 테마포트가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그 아래에는 귀여운 모노레일이 지나다니고 밤에는 불꽃놀이까지 볼 수 있었으니 마음은 이미 디즈니랜드를 마음껏 누비고 있었다.
* 세상에서 가장 환상적인 나라, 도쿄디즈니랜드 (Tokyo DisneyLand)
호텔에서 디즈니랜드로 가려고 탄 모노레일은 모두의 탄성을 자아냈으니, 모노레일 안의 손잡이와 창문이 미키마우스 얼굴 모양으로 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사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고, 리조트 곳곳에 숨겨져 있는 미키마우스 찾기는 왠만한 숨은 그림 찾기보다 재미있더라는 것!
도쿄디즈니랜드 입구에서 패스포트를 넣고 들어가니 도쿄디즈니랜드 25주년을 기념하여 꾸며진 꽃밭과 디즈니 캐릭터들이 반가이 맞아준다. 나도 아이로 돌아간 듯 캐릭터인형들 앞에서 사진 하나 같이 찍어볼까 수줍어했지만, 이미 미니마우스같은 인기 캐릭터들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있어 아쉽게 디즈니랜드의 첫 테마랜드인 월드바자로 발을 옮겼다. 20세기 초 미국을 재현한 월드바자에서 아름다운 건물과 디즈니 기념품에 정신을 못 차리고 걷다보면 ‘아’ 하고 놀라게 되는데, 바로 디즈니랜드의 랜드마크 신데렐라성이 한 눈에 들어오는 그 순간이다. 이 신데렐라성 앞에서 방사선상으로 뻗은 길을 따라 디즈니랜드의 나머지 6개의 테마랜드에 닿을 수 있다 하니 각자의 취향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고 돌아볼 일이다.
미래의 나라 ‘투머로우 랜드(Tomorrow Land)에서 팅커벨 팝콘통을 메고, 미니마우스 머리띠를 사는 것으로 꿈과 환상의 디즈니랜드 탐방의 준비 완료!
툰 타운(Toon Town)에서는 이름 그대로 디즈니 만화 영화 속으로 들어간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는데, 너무 귀여운 디즈니 캐릭터들의 집과 아기자기한 마을 모습에 카메라 플래쉬는 바쁘게 터졌다.
그 다음 목적지는 바닥에 찍힌 야생 동물들의 발자국 덕분에 조용한 숲 속 마을에 들어온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는, ’크리터 컨트리(Critter Country)! 롤러코스터는 너무 무서운 내게 크리터 컨트리 내에 위치한, 폭포를 타고 떨어지는 시원한 ‘스플래시 마운틴’은 최고의 놀이기구였다. 표지판이나 식당도 귀여운 동물과 작은 숲의 모양을 딴 사랑스러운 마을이었다.
커다란 곰돌이 푸우 동화책과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포커병정들을 볼 수 있는 ‘판타지 랜드(Fantasy Land)’를 지나 카리브해의 시원함과 해적들의 낭만이 가득한 ‘어드벤처 랜드(Adventure Land)'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는 마침 리뉴얼된 ’캐리비안의 해적‘놀이기구도 탈 수 있었고 조니 뎁의 능글거림을 꼭 닮은 잘생긴 ’잭 스패로우‘도 볼 수 있었는데 그 인기가 왠만한 인기 캐릭터 인형들 못지않았다. 나를 위시한 많은 소녀 팬들이 그와 기념사진 한 장 찍으려고 발 동동 구르며 기다려야 했으니 말이다.
테마랜드 탐험을 거의 끝내고 일정표를 보며 빠르게 신데렐라 성 앞에 자리를 잡으러 종종 걸음으로 움직였으니, 바로 그 유명한 디즈니랜드의 퍼레이드를 보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25주년 기념으로 펼쳐지는 새 퍼레이드라 하니 이미 자리 잡고 기다리는 가족들도 가득했고, 내 마음도 처음 보는 디즈니랜드의 퍼레이드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다.
새 퍼레이드, '주빌레이션(Jubilation!)'은 페가수스들이 이끄는 마차에 탄 미니마우스를 선두로, 요정이 방문들에게 마법을 거는 환상적인 제스쳐로 시작되었다. 그 뒤로 어릴 적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공주님, 왕자님들이 관객들에게 우아한 인사를 하며 등장하고, 장난스러운 표정의 곰돌이 푸와 그 친구들, 용감한 아기 사자 심바, 멋진 피터팬 등이 그 뒤를 따른다. 각각의 퍼레이드 차량이 그 테마에 맞게 화려하게 꾸며져 있고 멋지고 절도 있는 군무와, 실제로 보지 않으면 믿기지 않을 컬러풀한 색감 속에 디즈니의 이야기들이 녹아난 퍼레이드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들뜬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고, 푸우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며 향한 다음 목적지는 바로 도쿄디즈니랜드에 이웃해 있는 도쿄디즈니씨!
* 바다의 로망, 도쿄디즈니씨(Tokyo DisneySea)
도쿄디즈니씨는 도쿄디즈니랜드의 동생뻘로 아직 모르는 이들도 많지만 도쿄디즈니리조트를 가기 전 인터넷에서 본 수많은 멋진 사진들을 보고 꼭 가봐야겠다고 벼르던 참이었다. 도쿄디즈니씨는 디즈니 분위기가 물씬 나는 디즈니랜드와는 달리, 바다와 관련된 다양한 전설과 이야기를 풀어낸 테마파크라 개인적으로 연인들이나 어른들에게는 디즈니씨를 더 추천하고 싶다.
여기저기 봄을 맞이하는 화려한 꽃들과 바다를 끼고 있는 남유럽의 항구 마을을 재현해 놓은 듯한 장대한 스케일이 처음부터 방문객을 압도했다. 디즈니씨도 디즈니랜드처럼 7개의 테마포트로 이루어져있는데 나는 역시 베네치아 풍의 ‘메디테러니언 하버’에 대한 편애로 그 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뱃사공의 ‘오 솔레미오~’ 노래를 들으며 곤돌라를 타는 그 기분이란...그 순간에는 잠깐 내가 베네치아에 온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메디테러니언 하버 이후에는 20세기 초 뉴욕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아메리칸 워터 프런트(American Waterfront)의 기념품샵에서 선물들을 고르다 디즈니씨가 자랑스레 추천하는 빅밴드 비트(Bigband Beat) 공연을 보러 갔다. 사실 큰 기대 없이 갔는데 멋진 재즈 넘버와 역동적인 댄서들의 탭댄스, 귀여운 디즈니 캐릭터들의 열연으로 공연장은 금세 재즈 열기로 가득 찼다. 이 공연도 패스포트에 포함, 추가 비용 없이 볼 수 있으니 꼭 놓치지 말길 권한다. 아쉽게도 사진은 찍지 못한다.
아마도 디즈니리조트에서 가장 무서울-‘타워 오브 테러‘를 지나 뷔페 식 식당 ’세일링 데이(Sailing Day)'에서 저녁을 먹으며 디즈니랜드의 퍼레이드에 필적할 만한 디즈니씨의 수상 쇼를 기다렸다. 앞서 말한 미키마우스 숨은 그림 찾기는 식당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리조트 내의 식당들에서는 미키마우스 밥, 미키마우스 맛탕 등을 만날 수 있어 먹는 즐거움을 더했다.
그렇게 맛있는 음식 가득한 식당에서 디저트까지 배불리 먹고 나오니, 바다가 앞에 있어선지 바람이 꽤 차가웠다. 그렇지만 불을 밝게 밝힌 항구의 야경은 참으로 장관이었는데, 크리스마스 때 그렇게 멋지단다.
이미 메디테러니언 하버에는 도쿄디즈니씨의 하이라이트 ‘브라비시모(BraviSEAmo!)를 보기 위한 인파가 몰려있었다. 배를 타고 호탕하게 등장한 미키 마우스가 쇼의 막을 열었고,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진주를 쏟아내듯 물줄기를 뿜어내는 물의 정령이 등장했다. 그 화려한 자태에 모두들 숨죽이고 있을 때쯤, 저 멀리 화산이 화염을 토해내는 동시에 불의 정령이 물속에서 나타났다. 불의 정령 주위 수면에는 빠르게 원형을 그리며 불이 타올라, 그 기술력과 환상적인 연출력에 모두들 입이 벌어졌다.
강렬했지만 비교적 짧은 브라비시모의 아쉬움을 달래듯 곧 이어 펼쳐지는 바닷가의 불꽃놀이는 나에게는 연인과 함께 오지 않았음을 개탄하게 만들고, 다른 많은 이들에게는 행복한 탄성을 자아냈다. 그야말로 동화같이 아름다웠고 환상적이었던 도쿄디즈니랜드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여행 TIP
How to get - 도쿄 하네다 공항에 내리면 도쿄디즈니리조트로 가는 직행 버스가 운행 중이며(약 50분 소요), 도쿄에서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도쿄역에서 JR 케이요우선이나 무사시노선을 이용해 마이하마역에서 내리는 방법도 있다(약 15분 소요).
Passport - 1일 패스포트는 도쿄디즈니랜드와 도쿄디즈니씨 중 하나의 파크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으로 입장 후 모든 어트랙션을 즐길 수 있다. 성인 5800엔, 청소년 5000엔, 어린이 3900엔. 장기간 머물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2일 이상의 패스포트, 저렴한 가격의 야간 티켓 등 다양한 옵션이 있다.
Souvenir - 도쿄디즈니리조트 안에도 많은 기념품샵이 있지만 디즈니랜드 입구 근처에 있는 일본 최대의 디즈니 상점 ‘본 보야주(Von Voyage)에서 쇼핑을 해도 좋다.
1. 페루의 쇠고기 덮밥?
-페루 이카 / 로모 살타도(Lomo Saltado)
로모 살타도는 쇠고기를 잘게 썰어서 양파와 같은 야채와 볶아 밥과 함께 나오는 요리입니다.
처음에 페루에 대한 책을 읽을 때, ‘이건 한국인의 입맛에 맛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왠지 제가 가는 식당마다 팔지를 않아 미루고 있던 차였지요.
그러던 어느날, 이카 버스 터미널에서 저녁 때 출발할 버스를 예매하는데, 직원이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내가 이카 구경을 시켜줄까?’라고 물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제가 페루에서 경험한 ‘경계할 만큼의 순수한 친절’.
이카 중심의 유명한 교회와 자신이 다니는 대학 건물을 보여준 뒤,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로모 살타도를 먹어보고 싶었다는 제 말에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식당에 데려 갔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그 요리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카에서 두 번째로 로모 살타도가 맛있다는 식당에서 로모 살타도를 시켰고, 한화로 약 2000원 정도의 가격에 감자튀김과 함께 소복한 밥, 볶은 쇠고기 요리가 푸짐하게 나왔습니다.
맛있는 쇠고기 요리, 로모 살타도
맛은...예상대로 한국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1순위 페루 음식!
맛있는 현지 쇠고기에 살짝 달큼한 적양파 향이 우리 입맛에 딱 부담 없는 요리입니다. 서울 페루 음식점 메뉴에 있다고 하니 여기서 먼저 맛보셔도 좋겠죠?
2. 맥도날드가 들어올 수 없는 마을, 칼리
-콜롬비아 칼리 / 암부르게사(Hamburguesa)
저녁을 먹으러 나가려는데 현지 친구가 햄버거를 먹자며 권했습니다. 그러자 했지만 이 먼 곳에 여행을 온 친구에게 고작 그 흔한 햄버거라니...
친구는 제 맘을 읽었는지 ‘이 도시에 왜 패스트푸드 점이 없는지 알게 될 거야.’라고 싱긋 웃으며 주문을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칼리에 며칠 동안 있었는데, 대형 마트와 쇼핑몰이 들어찬 이 현대적인 도시에서 한 번도 그런 걸 본 기억이 없었단 게 떠올랐죠.
곧 제 손에 쥐어진 햄버거는 그 빈약한 패스트푸드 점 햄버거와 달리 신선한 야채와 고기, 감자튀김이 가득 들어가 있었고 소스 또한 진하고 독특했습니다.
양과 맛, 신선도 어느 하나 포기 못해요! 칼리의 햄버거
먹으면서 저는 친구에게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훨씬 맛있고 신선한 햄버거가 있기에 패스트푸드 햄버거를 원하는 칼리 시민은 아무도 없다는 것! 어디를 가나 맥도날드를 찾는 철부지 여행 친구가 아니라 현지 친구가 있어서 너무 행복한 저녁이었습니다.
참, 햄버거가 커서 제 또래 아가씨들은 하나를 다 못 드실지도 모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전 너무 행복하게 하나를 다 해치웠지만요. :)
3. 환상적인 구아타페의 모습을 감상하며 먹는 송어
-콜롬비아 구아타페 / 트루차(Trucha)
메데진에서 약 한 시간 거리인 구아타페라는 마을에서 맛 본 음식입니다. 개인적으로 생선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페루의 대표적인 음식인 세비체(레몬으로 맛을 낸 생선회랄까요)도 맛만 본게 다였는데, 구아타페의 풍경은 한 번쯤 그 곳에서 나는 생선을 먹어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눈부신 호수 때문탓인지 그야말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신세계같거든요.
아름다운 구아타페. 현지인들이 가족들과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죠.
곧 연홍빛 트루차(송어)와 감자튀김, 밥, 콜롬비아 특유의 구운 바나나가 나왔습니다.
색깔 고운 트루차 요리
이 푸짐한 요리도 한화로 채 5000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관광지인 것도 감안한다면)에 감동하며 시식에 들어갔습니다. 저 깨끗한 물에서 잡아 올린 송어는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고, 갈릭 소스가 그 풍미를 더해주는 깔끔한 요리였습니다. 남미의 깨끗한 물가에 도착하면 한 번쯤 먹어보시길 추천합니다.
4.남미를 방황하다 문득 쫀득한 크로와상과 케이크가 그립다면
-페루 푸노 / 'Rico's Pan'의 빵(pan)
페루의 남단, 푸노에 새벽에 도착해 짐만 던져놓은 채로 잠에 들었던 날이었습니다. 느지막히 일어나 커튼을 걷어 보니 새벽에 마주했던 썰렁했던 모습 대신, 활기로 가득 찬 푸노의 거리 모습이 창문에 한가득 들어왔습니다. 나른함을 아직 벗지 못한 채 아침밥을 먹어야겠다고 게으른 발걸음으로 나선 길에, 일행이 '론리 플래닛'에서 표시해온 베이커리 주소를 내밀었고 Rico's Pan에 그렇게 도착했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물씬 풍기는 신선한 빵 냄새가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생기에 살짝 들뜬 우리를 순식간에 더욱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갓 구워낸 신선한 빵과 다양한 케이크, 맛있는 커피까지. 베이커리가 갖출 것은 다 갖춘 데다 가격까지 바람직한 곳! (크로와상 8개가 한화로 약 1000원)
Rico's pan 가게에는 신선하고 맛있는 빵이 가득!
우리는 배부른데도 디저트로 케이크를 시키며 '매끼를 여기서 먹어도 좋겠다.'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둘째 날에는 '이 가게 때문에 이 곳에 몇 주는 더 머물고 싶다'라는 말까지 나왔죠.
급기야 저는 떠나는 날, 망설이다가 이 곳에 뛰어와 크로와상 두개를 싸들고서야 다음 도시인 아레끼빠 행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Rico's Pan은 책에도 나와 있지만, 두세 개 이상의 점포를 가지고 있으니 푸노 시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답니다.
5. 맛나고 든든한 간식거리를 찾는다면...
-콜롬비아 칼리 / 아레빠 데 초클로(arepa de choclo)와 엠빠나다(empanada)
콜롬비아노 친구, 그의 어린 아들 산티아고와 함께 나선 나들이로 기억합니다. 테마파크에 가는 길이었는데 날씨가 안 좋아 문을 닫아버린 것이었죠. 제 친구는 낙심해 있는 두 아이들을(?) 데리고 어딜 갈까 하더니 간식을 먹자며 도로변의 야외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친구가 주문해서 가져온 것은 빵 사이에 두툼한 치즈가 끼워진 것이었습니다.
아레빠 데 초클로 & 엠빠나다
아레빠 데 초클로는 말 그대로 옥수수로 만든, 어찌보면 좀 투박한 음식입니다.
그러나 옥수수의 담백하면서도 고소하고 달큼한 맛이 두툼한 하얀 치즈와 어우러져서 묘한 맛을 만들어내죠. 저 통 크게 넣어주신 치즈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가는군요. 치즈를 싸고 있는 저 아레빠 자체는 간단히 말해 옥수수로 만들어진 빵이라고 할까요, 콜롬비아의 기본적인 음식으로 치즈 등과 함께 먹으시면 됩니다.
엠빠나다는 남미 및 스페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널리 알려진 음식입니다. 고기와 야채를 넣어 만든 다진 고기 파이 혹은 남미 식 군만두라고 하면 쉽겠습니다. 이 음식 역시 현지인들이 권해줘 시도해보았다가 반한 음식인데 속이 꽉 찬 게 든든한 요깃거리라 길가다 꼭 하나씩 사먹곤 했답니다.
엠빠나다는 어딜가나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이렇게 생긴 아레빠 데 초클로는 아쉽게도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찾아보지 못해 그리워했던 기억이 나네요.
6. 기본에 충실한 감동의 맛!
- 콜롬비아 카르타헤나 / 닭고기(pollo)
카르타헤나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섬에서 하루 묵었을 때, 섬에서의 저녁은 선택의 여지 없이 비싼 값을 치루고 먹어야만 했죠. 다음날 육지로 돌아오자마자 무언가 푸짐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고 생각했고, 호스텔 친구들이 추천한 식당이 생각 났습니다.
섬에서 먹은 (메쉬 포테이토에 계란 하나 올려있던) 저녁의 1/3의 가격에 바로 튀겨져 나온 닭에 맛있게 구워진 감자까지! 일단 그 양에 '감사히 먹겠습니다' 소리는 절로 나오고, 닭고기를 한 입 가득 입에 넣자,
"음...!!!" 어디서 나오는 지 알 수 없는 맛! 그냥 튀기기만 한 것 같은데 이토록 깔끔한 닭 본연의 맛이라니 그저 행복해질 따름이었죠. 페루에서 워낙 pollo(닭)메뉴가 많아서 닭이라면 질릴 정도였는데, 날 다시 닭고기에게 찬사를 보내게 만들다니!
"The best chicken ever!"
이 곳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마요네즈+케찹, 갈릭 소스, 게다가 꿀까지...다양한 소스를 양껏 뿌려 먹을 수 있는데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매치가 의외로 입맛을 당기게 합니다. 다양한 소스와 담백한 닭의 행복한 싱크로율을 직접 경험하시길. 단, 인기가 많아서 늦게 가면 '닭 없으니 내일 와라'는 문전박대를 받을 수도 있으니 역시 어딜가나 부지런해야 한다는 거!
연신 미소를 띄며 닭을 자르던 친구, 우리는 입을 모아 "The best chicken ever!" 라고 외쳤습니다.
7. 바나나는 그냥 까먹는 거라구요? 천만에!
-콜롬비아 / 바나나 요리(platano)
콜롬비아에서 가장 먼저 놀랐던 것은 다들 생각하던 게릴라나 긴장된 분위기 대신 현대적이고 세련된 도시의 모습이었으며, 두 번째는 소문대로 멋진 콜롬비아 사람들의 외모였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바나나의 다양한 요리법입니다. 정말 구워 먹고 쪄먹고 그냥도 먹고 디저트로도 먹는 요 쓰임새 많은 바나나! (여담으로 전 이국적인 바나나 나무의 광팬이었습니다.)
1. 납작하게 튀겨진 바나나 2. 바나나 요리 전문점에서 맛 본 치즈 바나나 요리
3. 달큼하게 구워져 나온 바나나 4. 과일 샐러드에 들어가있던 바나나
처음에는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이 다양한 매력에 끼니마다 바나나를 먹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가 말해준 바에 의하면 익기 전의 푸른 바나나는 이렇게 요리에 사용하고, 우리가 보통 먹는 바나나처럼 노랗고 부드러워지면 디저트용으로 달콤하게 해서 먹는다고 합니다. 망고 또한 푸른 망고와 잘 익은 노란 망고, 둘 다 다른 방식으로 먹었던 게 생각나네요. 소금 쳐서 먹는 아삭한 푸른 망고의 맛도 꼭 놓치지 마세요!
8. 마음까지 따스해지던 점심 식사
-페루 아야쿠초 / 어느 일요일 점심
관광객 하나 찾기 힘들었던 페루의 산골마을 아야쿠초에 도착한지 이틀 째, 그 곳 고아원 봉사자 숙소에서 잠시 머물기로 한 저는 일요일 점심 식사 준비를 위해 고아원으로 나갔습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통에 가득 담긴 감자와 당근들. 그 야채들을 우리는 지칠 때까지 까고, 다듬어야 했죠. 끝이 없을 것 같던 일을 다 끝내고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페루 어느 식당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닭, 샐러드, 밥, 감자튀김이 담긴 한 그릇 식사였지만 아이들에게는 이 닭고기가 가장 푸짐한 일요일 만찬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들 오늘의 파티 때문에 멋지게 분장을 하고 맛있게 식사를 했지만, 그 파티는 사실 이 고아원을 만든 프랑스 부부가 파리로 떠남을 위한 파티였다는 것은 몰랐죠.
파리에 있는 손자에게보다 더 큰 사랑을 이 곳에서 베풀고 있던 그 부부. 부인 분이 몸이 안 좋아져서 고국에서 수술을 받아야했고,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를 이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부부의 모습을 본 봉사자들만 모른 척 안타까워해야 했습니다.
그 분은 아이들과 함께 한 그 날의 소박한 만찬 후에 이젠 죽어도 행복할 것 같다며, 곧 돌아오리라 약속했지만 제가 한국으로 돌아온 뒤 그 분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해야했습니다.
그 날의 점심, 사랑이 가득 담겼던 그 점심이 아마 남미에서 가장 안타까운, 그러나 참으로 행복하게 먹었던 식사였던 것 같습니다.



